최종편집: 2024-10-07 14:04
세종시 전의면에서 묘목을 키우는 A씨는 23일 세종시의회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해 말을 잇지 못하며 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황당해 했다.
A씨는 이미 2년전 세종시가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개최한다는 설명을 듣고 이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시가 추진하는 계획에 맞춰 시설을 확충하고 박람회 개최에 따른 준비를 해오던 중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농민들과 상의를 하고 이날 다시 임시회가 열리는 시의회를 찾았던 것.
당초 시의원을 붙잡고 항의라도 할 생각에 시의회를 찾았는데 때마침 농민들과 소상공인 그리고 학생들이 참여해 집회를 연 현장에 함께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은 심정이라는 생각에 다소 위안도 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들리는 얘기가 심상치 않자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갔다.
A씨는 "누굴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의원 면담을 요청했지만 "정작 예산의 키를 쥐고 있다는 시의원의 얼굴도 구경하지 못했다”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날 시의회 광장에선 한 시민이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무릎을 꿇은 채 9시간가량 처절하게 간절함을 호소했다.
시의회 직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은 채 몇 시간을 미동 않고 예산 의결을 호소하는 시민의 건강을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이 시민은 "시민의 생존에 여야가 왜 필요하냐. 간절한 호소를 들어 달라”며 "어떻게 세종특별자치시를 대한민국 안에서 울타리를 쳐 놓고 그 밖으로는 아예 나아갈 수 없도록 발목을 잡아버리니 이게 과연 시의원님들이 하실 수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발 부탁드린다”며 "시의원님들 세종시민의 뜻을 부러뜨리지 말아 달라. 우리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 달라”고 사정했다.
또 "선거철에 바빠서 찾지 말라고 해도 가계에 찾아와 바쁜 일손을 잡으며 간이라도 빼 줄 것 같던 의원들이 이제는 제발 만나달라고 사정해도 외면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후에 세종의 젊은 주역들 앞에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니려고 하냐”며 "되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서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이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정이 되도록 9시간 가까이 시의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의원들을 만나려 했던 그를 보기 민망했던지 대부분 야당의원들은 그의 눈길을 피해 달아나듯 의회를 빠져 나갔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던 그들이 막상 생활이 막막해진 농민과 상인들을 뒤로 하고 꽁무니를 빼는 모습을 보이는 곳, 바로 9월 어느 날의 세종시의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