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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민호 세종시장은 고장난 녹음기(?)

기사입력 2023.02.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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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대표기자

 

[굿뉴스365] 오래되어 낡은 녹음기를 틀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마치 음계의 되돌이표처럼 반복된 노래가 흘러나오는 그런 추억속의 녹음기.

 

최민호 세종시장이 이런 녹음기처럼 한 번에 마칠 수 있는 같은 말을 장소를 바꿔가며 반복해 시민을 위해 써야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등 ‘할 일 없는 시장’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는 최 시장이 시장에 취임하며 시도했던 통합기자실 운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감에 따른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시간과 관리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기자실 통합논의는 결국 일부 기득권 언론의 반대와 시정의 우유부단으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앞서 최 시장이 취임하면서 1개의 기자실과 공보관실로 사용하던 현재 기자실2를 하나의 기자실로 통합하는 안과 브리핑룸 옆에 위치한 공보실을 맞은편 기자실로 옮기고 공보실과 브리핑실을 헐어 브리핑실겸 기자실로 넓게 사용하자는 두 가지 의견이 도출됐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안 중 어떤 것도 추진되지 못하고 기자실만 하나 더 늘어났다.

 

따라서 세종시는 현재 2개의 기자실과 1개의 브리핑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은 말품과 발품을 팔며 3곳에서 같은 말을 반복해 설명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최 시장은 23일 오전 10시 기자실1에 들려 ‘시장과 함께하는 1박2일’ 프로젝트에 대해 30여분간 설명했다. 이어 기자실2를 들려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브리핑실에 들려 또 똑같이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공보관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을 독촉하는 해프닝을 보이기도 했다.

 

공보관은 "사안의 농도에 따라 브리핑을 할 수도 있고, 간담회를 1회 할 수도 있고, 3번씩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사안에 따라 브리핑을 할 수도 있고 간담회를 할 수도 있다. 열 곳이든 스무 곳이든 찾아다니며 같은 일을 설명해야 할 때도 있다. 바로 주민과의 대화이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기자들에게 3번씩이나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떠나 세종시 40만 인구를 돌봐야 하는 시장이 하기엔 어쩐지 어색해 보인다.

 

두 개 나뉘어진 기자실의 벽 하나만 허물면 해결될 일인데 그 벽이 언론이라는 기득권의 벽이기에 세종시에서는 베를린 장벽 만큼이나 두텁고 오래된 벽이다.

 

구습을 타파하기에는 아직도 최 시장의 역량이 부족한 것인가?

 

대전과 충남의 중견 언론인 모임인 목요언론인 클럽은 수년전 천안시 출입기자의 기득권에 도전해 기자실의 벽을 허물었던 기자들에게 ‘이달의 언론인 상’을 시상한 바 있다.

 

충남도청에서도 수십 년을 이어온 나눠진 기자실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세상의 어느 곳에도 성역이 존재할 수 없듯 세종시 언론에도 성역이 존재해선 안 된다. 취재의 편의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던 기자실이 특정 언론을 위해 마련된 공간은 아닐 것이다.

 

기득권이 청산되고 올 곧은 언로를 열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먼저 언론을 구별 짓지 말고 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세종시와 시장이 되길 바란다.

 

열심히 발로 뛰는 최민호 세종시장의 발걸음이 헛걸음이란 소리를 듣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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