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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유해 소화기 '친환경소화기' 둔갑 판매

기사입력 2017.10.16 07:12
소방청, 2013년경 허위과장 광고 인지후 방임

인체에 유해성을 갖고 있는 HCFC-123소화기를 ‘청정소화기’ 혹은 ‘친환경소화기’로 둔갑해 판매되면서국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HCFC-123물질은 산업안전공단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 ‘흡입에 의해 신체 흡수가 가능하고, 공기 중 고농도 상태에서 산소결핍을 일으켜 의식상실 혹은 사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물질이다.

미국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화학물질DB에서도 ‘급성 간기능 유발 및 눈자극성 유발’ 물질로 정해져 있다.

환경부에서 제출한 해외 동물실험 연구자료에서도 ‘눈 자극성 물질이고, 염색체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물질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간 손상 보고’가 있었다.

미국 소화기 제조사인 듀퐁사에서도 HCFC-123물질을 소화목적으로 사용할 때 ‘야외에서나 환기가 되는 곳, 사람이 전혀 없는 방호공간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HCFC-123은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아니지만 일정부분 흡입되면 인체에 유해성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에서도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 제4조에 ‘할로겐화합물을 방사하는 소화기구는 지하층이나 무장층 또는 밀폐된 거실로서 바닥면적이 20m2미만인 장소에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고, 「소화기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표준」 제38조에 할로겐화합물소화기는 ‘밀폐된 좁은 실내에서는 삼가 하고, 바람을 등져서 방사하고 사용 후는 환기하며, 발생되는 가스는 유독하므로 호흡을 삼가하라’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하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HCFC-123소화기 제조업체 10곳 중 홈페이지가 있는 6곳의 제품 카달로그와 홈페이지에서 HCFC-123소화기를 ‘청정소화기’ 혹은 ‘친환경소화기’로 홍보하고 있었다.

이렇게허위과장 광고를 하면서 판매가 급증해 현재까지 HCFC-123소화기가 약 55만대, 에어졸 소화용구도 약 95만개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진선미의원은 "소방청과 소방산업기술원은 2013년 11월경 소화기 제조업체들이 ‘할로겐화합물소화기’로 승인받은 제품을 ‘청정소화기 또는 청정소화약제’로 허위과장 광고하여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소화기 부적정 광고홍보 시정 요청공문을 보냈지만, 별다른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판매가 오히려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HCFC-123소화기 제조·유통업체의 허위과장 광고와 소방청의 방임이 더해지면서 백화점·마트, 숙박시설, 다중이용시설, 학교 등에 무차별 유통되었는데, 어느 곳으로 유통되어 어느 장소에 배치되어 있는지 정확한 실태조사도 안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소방청은 HCFC-123소화기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조속히 시정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허위·과장광고의 근거가 된 ‘청정소화약제’의 ‘청정’이라는 용어를 국민들이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적절한 용어로 변경하고 관련 법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청정소화약제소화설비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사용 후에 잔재물이 남지 않은 소화약제’를 청정소화약제라고 정의해 놓고, HCFC-123물질이 4.75% 포함된 ‘HCFC BLBND A’와 같은 13가지를 청정소화약제로 정해 놓고 있었다. HCFC-123소화기 제조·유통업체들이 ‘잔재물이 남지 않는다’ 의미의 ‘청정(clean agent)’이라는 용어를 마치 인체에 무해하고 친환경적인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를 한 것이다. HCFC-123소화약제를 99.9%사용한 소화기는 ‘할로겐화합물 소화기 혹은 HCFC-123소화기’라고 해야 한다. HCFC-123물질도 오존층 파괴물질이기 때문에 일정기간 이후에 수입·제조가 제한돼 친환경적이지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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