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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5년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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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5년의 동행

= 5년의 동행 =

5년 전 할리 데이비슨을 너무나 좋아하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반듯한 잘 생기고 터프한 사제 한 분이 광천에 부임해 왔다.

생각지도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버럭' 소리 지르는 바람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사이도 없이 뭐가 잘못됐을까, 이유도 모르는 채 눈만 휘둥그레지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교육관을 증·개축할 때는 일을 뒤로 하고 울며 돌아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고, 교육관 옆 마당에 잔디를 옮겨 심을 때도 오와 열이 맞아야 통과가 됐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 다시'가 반복됐으며, 무슨 일을 하나 각이 맞아야 통과가 됐다.

서류 하나도 줄 간격을 잘 맞춰야 했고 여백도 잘 맞아야 했으며 받침이 틀리면 지적을 하는 등 성가시고 까다로운 분이었다.

어떠한 일이나 당신이 먼저 앞장서 정리하고 설계하고 시작하고 조달하고 감독하고...
당신 손수 나서서 해야만 하고 당신 마음에 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분
무엇이나 각이 딱딱 맞아야 했고 조금만 틀려도 통과라고는 없는 분
완벽하다 못해 신자들을 들들 볶아 못 견디게 만드는 분

그 때는 '어째 이런 일이', '하필 이런 분이', '왜 하필 여기에'... 등등 원망스럽고 미운 마음에 근접조차 하기 싫어 피해서 둘러 다니기 일쑤였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에는 '이 분이 아니었으면', '이 분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더라면', '이 분이라 다행이다', '그래서 이 분을 보내 주셨구나', 등등 공동체랑 같이 한 모든 시간들이 만족스러웠고 행복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

'나'가 아니라 '우리'를
'혼자'가 아니라 '함께'를 강조하고
'내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자며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친 분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라고 가르치신 분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만 마음이 바로 서고, 비로소 행동으로 표출된다고 가르치신 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애쓰지 않는 분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기를 소망한다는 분
바퀴 달린 것은 무엇이나 좋아하고, 시승 해 봐야 하고, 만져봐야 하는 어린이와 같은 심성을 가진 분
표현은 서툴고 투박하지만 마음은 여리고 부드러운 속정 깊은 분

더불어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신 분
미사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명품미사를 봉헌하자고 강조하신 분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향해서는 표현조차 하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면서 소리 없는 응원과 기도에서 ‘이런 분이구나, 그래 이런 분이셨어.’ 라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만드는 분

"아줌마, 내일 감자 쪄 와"하고는 나무그늘 아래서 찐 감자를 놓고 할머니들과 이야기꽃 피우기를 즐기고. 미사 후에는 차 한 잔을 나누며 어울려 담소하기를 좋아하는 분
이렇듯 함께 나누는 기쁨을 알게 하신 분

또, 레지오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
겨울이면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추위에 떨지는 않을까, 회합실 방방마다 가스난로에 가스가 떨어지지나 않았는지 손수 점검하고 교체하는 섬세한 분

가스난로의 열판 세 개 중에 하나에만 불을 켜 놓으면 ,
"에이! 하나만 켰어?"하고 툭 던지는 뚝배기 같은 말에서 할머니들이 춥지는 않을까, 감기에 걸리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깊은 정이 묻어나는 말마디에서 헤어져야 하는 섭섭함과 정든 분을 보내야 하는 안쓰러움에 "에고 어쪄, 에고 어쪄"를 반복하는 할머니들

보는 듯 안보는 듯 모두 눈에 넣고 계신 분
무슨 일을 하든 믿음직한 분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신 분
업무에서는 치밀하고 강철 같은 강한 추진력과 칼날 같은 예리한 판단력을 가진 분

그가 바로 박민균(요셉) 신부다.
표현에 서툴고 투박해 오해도 많이 사지만 지나고 보면 끈끈한 정과 마음으로 뭉쳐진 사랑임을 깨닫는다.
언제나 부지런해서, 언제 주무시냐고 물으면 "지~랄"
모든 것이 뛰어나고 열정적인 분이라, 못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지~랄"이라 답한다.
이 함축된 말 속에는 수줍음과 깊은 정이 한가득 묻어있다.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과 정, 믿음과 사랑, 깊은 신뢰가 가득 담겨 있음을 알기에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5년이 지나 그를 보내면서 비로소 그의 진한 사랑의 마음을 깨닫게 돼 더더욱 아쉬움만 남는다.
부임해 오던 첫 해부터 교육관 증·개축을 시작으로 앞마당 포장공사, 소성당 정비, 뒷마당 확·포장공사, 사무실·교리실 정비, 꽃밭 조성 등 발 닿는 곳, 손 스치는 곳,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렇게 예쁘게 꾸며놓고 어찌 가시렵니까, 그냥 우들이랑 살지유"라고 하면 "지~랄, 징그럽다, 징그러워" 한다.
그 말 속에는 그 동안의 녹록치 않은 고단함과 아쉬움과 진한 정이 배어 있어 마음이 짠하다.
돌아보면 짧기만 한 5년.
어리석은 백성들의 마음 중심에 주님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무던히도 애 쓰신 우들 신부님.

신부님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행복했었다고 주님의 이름으로 주님 안에서 무지무지 사랑한다고 이제야 당신의 그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오늘에야 고백합니다.
당신의 사랑표현 방법이 그랬노라고 투박스럽고 퉁명스러웠노라고 그것이 당신을 지키는 길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으며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존경하는 우들 신부님, 박민균(요셉) 신부님!
늘 건강하시고, 계획하시는 모든 일이 주님 안에서 튼실한 열매 가득 맺기를 기도드립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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