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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기사입력 2023.05.1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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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대표기자

 

[굿뉴스365] 중국 송나라의 항사마는 좋은 옥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안 왕이 그 옥을 빼앗으려 하였다. 왕은 항사마에게 죄를 주어 죽게 하고 옥을 가져오게 했으나 항사마가 죽기 전 그 옥을 왕궁의 연못에 버렸다. 이에 왕은 왕궁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옥을 취했다. 연못 속의 진귀한 물고기들은 모두 떼죽음 당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아산시의회 의원들이 11일 아산시가 제출한 올해 첫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지난 2월 박경귀 아산시장이 교육지원 경비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이번 추경에서 삭감했기 때문이다.

 

박시장이 교육지원 경비를 집행하지 않은 이유는 아산시의 시비로 이 비용을 집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서 아산시는 이들 경비를 관행적으로 본예산에 편성했고 시의회도 심의 과정에서 별다른 검토 없이 이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래서 행정예산을 ‘눈먼 돈’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뒤늦게 이를 안 박시장은 예산 집행을 막았다. 그리고 추경예산에서 이들 경비를 제외시켰다.

 

시의회는 이에 발끈했다.

 

본예산을 심의할 당시 이 예산이 어떤 용도인지 시가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시의회지만 자존감은 강했다.

 

감히 시의회가 심의해 의결한 예산을 한낱 시장이 이를 집행하지 않아 시의회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모든 시의원이 시장을 성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뒤늦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예산이 잘못 편성 되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여기에 당초 시의회만 진행키로 했던 농성에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자 여야가 함께 하기로 했던 무기한 농성에서 이탈했다.

 

여당 소속 시의원들이 철수하자 야당도 ‘두고보자’는 여운을 남기고 농성을 중단했다.

 

여기까지가 교육지원 경비와 관련한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추경 예산에서 출발하려고 한다.

 

1라운드에서 ‘두고보자’가 예산 심의 거부였을까.

 

박 시장은 아산시 1차 추경예산안에서 의무사항이 아닌 교육경비를 대부분 제외하고 아산시가 원하는 방향의 예산으로 다시 편성했다.

 

결국 집행을 거부했던 교육지원 경비 예산은 아산형이란 이름으로 시가 주도하는 신규 사업으로 편성됐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과 시민단체가 나서 예산안 심의 거부를 예고하는 등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교육지원 경비의 명분 싸움보다 훨씬 무겁고 필수적인 예산이 이번 추경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노약자와 임산부, 저소득층을 비롯한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195개사업 172억원은 하루라도 늦출 수 없는 예산이다.

 

또 소상공인 신용특례 보증사업 등 서민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예산 165억원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재난 방지를 위한 예산이나 주민숙원사업 등도 132억원이나 된다.

 

잘못 된 것을 알면서도 ‘몽니’를 부리는 시의원들이나 어떡해서든 시정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반대만 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서 교육지원 경비의 실체를 파악해 아산시민의 소중한 혈세가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만일 시의회가 일부 시의원의 어깃장 수준에서 예산 심의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시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시의회는 시에 존속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세비나 축내는 의원을 원하는 시민은 없다. 의회 의원 본연의 의무이자 권리인 예산심의를 거부하는 시의원은 시민도 거부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아산시의원들은 ‘교육지원 경비라는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라며 옥 하나를 건지겠다고 아름다운 연못을 망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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